예지와 창조

창조와 세상 속으로
예지와 창조 이미지
숙명여대 졸업식장, 시각장애를 딛고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는 김예지씨를 인터뷰하려는 국내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가
뜨겁다. 졸업식 날 하루종일 인터뷰에 응하느라 진땀을 쐐고 있는
김예지씨 곁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친구가 있다. 바로 안내견
‘창조’다. 졸업식 다음날에는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로 뽑혀 청와대에서
대통령과의 오찬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도 그의 곁에 창조가 있었다.
그와 창조의 운명적인 만남은 지난 200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분양을 한다기에 신청을 했는데 그와 여러 가지 조건이 일치하는 창조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유난히 활발하고 애교 많은 창조덕분에 그의 성격도 몰라보게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바뀌어 갔다. 대학시절 내내 창조와
함께 수업을 듣고,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숙명여대를 다니는 학생 중에 창조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창조에 대한 믿음으로 그는 편하고 안전하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희망을 품으면 행복의 싹은 돋아나고
예지와 창조 이미지
두 살 때 문지방에서 떨어져 망막이 찢기는 중상을 입고 망막색소변성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기 시작하여 초등학교 6학년 때 완전 실명을 한 후 세상을 귀로 듣고 바라보게 된 그는
피아노 소리가 너무 예뻐서 피아노 연주로 자신을 표현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악교육이 전무한 실정이라
결코 평탄치 만은 않은 길이었다. 우리 나라에는 점자악보를 구할 수 없어 일본에서
어렵게 악보를 구해 밤새 악보와 건반을 만져 가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갔다.
그리고 특혜가 주어지는 장애인 특별전형에 응시하지 않고 일반전형으로 당당히 대학에
합격하였다.
대학생활은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녹음해 집에서 수십 차례 반복해 듣고 정리하는 등
남보다 몇 배의 시간을 투자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피아니스트가 되는 길이었기에 마냥
즐거웠다고. 그런 노력으로 4.5만점에 3.88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연주실력이 빼어나 각종 콩쿠르에 나가 수상을 거머쥐었다.
예지와 창조 이미지 얼마 전에는 트리오를 결성, 피아니스트로서 올 7월과 11월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고,
독주회와 협연 스케줄도 잡혀 있다. 올 3월에는 음악교육전공으로 숙대 대학원에 진학도
하였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그는 특수학교 음악교사가 되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 후배들을 가르치는 게 희망사항이다.
그에게 가족사항을 물어 보니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창조, 그리고 본인까지 다섯이란다.
다른 가족들도 창조가 한 가족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창조와 바깥세상으로 나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음식점 등을 이용할 때 창조와 함께 발을
디딜 수 없는 곳이 있다. 그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창조를
막고 선다. 실제로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발급한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안내견과 안내견 강아지는 모든 공공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자신을 특별하게 보는 사회의 반응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여러 매체를 통한
인터뷰에 기꺼이 응하는 것도 안내견에 대한 홍보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비장애인들이 안내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해 자신의 입을 통해서라도
안내견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가져 달라는 것
이다. 그는 창조에게도 바라는 게
있다. 항상 지금처럼 늠름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자는 거다. 창조와 나서는
세상나들이에 그의 콧노래소리가 좀더 울려 퍼지길 바란다.
출처 : 삼성화재 웹진 ‘좋은 e친구’ 다른 이야기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