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등불, 아자!

내 삶의 등불, ‘아자’와의 감동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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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자 동반자, 내 삶의 일부 ‘아자’
1995년 녹내장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최민석씨가 안내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1996년. 텔레비전에서 시긱장애인들이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면서 멋지게 사회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이다. 삼성의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을 분양한다는 정보를 듣고 지원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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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이예요. 시력을 잃었다고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좁아지는걸 원치 않았죠.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다 안내견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일단 본인이 두려움없이 사회에 적응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 할 때 안내견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거든요.
전 그 때 10대 청소년이어서 안내견분양을 받은 장애인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었지요. 그렇게 아자와 최민석씨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이성진 과장은 민석 씨와 아자와의 사이를 이렇게 전해 주었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안내견을 분양 받고 적응 훈련을 거치는 모습에 최민석씨의 의욕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당시 서울맹학교에
다니고 있던 민석씨는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침착한 모습으로 아자를 다루었고요. 사실 안내견을 분양 받고도 적응이 되지 않아 결국 포기하는 장애인도 많은데, 민석씨의 경우에는 굉장히 성공적인 케이스인 셈이지요. 사실 안내견과 장애인의 관계는 결코 친구관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분명 안내견은 저와 있는 동안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저는 아자를 만나면서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제 눈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항상 제 곁에 그림자처럼 언제나 붙어 다니는 아자는 제게 있어 안내견이 아니라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으니까요. 아자가 순하고 영리해서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기에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할까요. 만약 문제를 일으켰다면 제가 주인으로서 엄하게 꾸짖어야 했을 텐데 아마 전 못했을 거예요. 아자에게 간식도 자주 주어선 안된다는데 전 몰래 몰래 주곤 했거든요. 아자와 저는 그냥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안내견과 장애인의 차원을 넘어서서 가장 가까운 단짝 친구 같은 그런 사이였어요
‘아자’보러 가는 설레는 길의 동행
아자는 열 살이 넘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암컷. 지금 아자는 안내견이 아닌 은퇴견의 신분이다. 아자는 관절이 좋지 않아 작년
최민석 씨와 헤어진 후 은퇴해 자원봉사 가정에 입양되어 있다. 임무 특성상 다른 개보다 훨씬 많이 걸을 뿐더러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안내견들은 은퇴 후 자원봉사 가정에 입양되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낸다. 대형견이어서 일반 가정에서 키우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태어날 때부터 안내견으로 선택되어 특별하게 훈련 받은 이 개들은 은퇴 후에도 곧은 품성과
침착한 모습을 잃지 않아 은퇴 후에도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는다고. 최민석 씨와 어머니, 누나, 그리고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이성진 과장은 아자가 노후를 보내고 있는 성산동의 신희봉 씨 가족 댁을 찾았다. 무려 1년만의 만남이었다. 그 동안 대학입시를 위해 다른 생각 없이 오직 한길로 달려온 최민석 씨와 가족은 이렇게 좋은 소식 (서울대 합격과 대통령 표창 수상)을 가지고 드디어 아자와 재회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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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려요. 설레기도 하고. 아자가 절 못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자를 떠나 보낸 후 지난 1년간 언제나 아자가 그리웠어요. 어머니와 누나는
아자 이야기만 하면 눈물을 보이시고…아자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옆에서 최민석 씨의 어머니가 벌써부터 눈시울이 붉어진 채
민석씨의 말을 잇는다. 아자는 민석이랑 다닐 때도 얘가 앞을 못 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안내견이고 동물이라고는 해도 아자에겐 감정도 있고 민석이가 불편하니
자신이 도와주어야 된다는 것을 인식할 만큼의 사고력도 있었다고 생각
됩니다.
이번에도 민석이가 서울대에 들어가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러더라고요. 아마 아자도 민석이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그만큼 민석이와 아자의 관계는 특별한 관계였으니까 민석이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아자가 가장 먼저 알고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성산동을 향하는 차 안에서 최민석 씨는 아자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아자를 주기 위해 평소 좋아하던 개 껌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대학 새내기 배움터에 다녀 오느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민석 씨. 아자가 어떻게 변했을지, 건강한지 안부를 궁금해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변하지 않는 믿음과 사랑
성산동의 신희봉 씨 댁, 최민석 씨가 누나의 손에 의지해 건물에 들어서자 계단 아래까지 신희봉 씨와 아내가 나와서 민석 씨 가족을 반긴다. 뒤따라 나온 크고 선해 보이는 개가 바로 아자. 신희봉 씨는 아자가 낯선 사람을 보면 몹시 짖는다고 귀띔한다. "민석 씨,
아자가 나왔네요. 한번 불러 보세요." 신희봉 씨의 말에 최민석 씨가 아자를 부른다.
아자 이미지 "아자야~ 나야. 민석이." 아자의 눈망울에 촉촉한 물기가 돈다. 평소 낯가림을 하고 심하게
짖는다는 아자가 오늘따라 조용하다. 꼬리를 힘차게 치면서 민석 씨의 무릎에 코를 갖다 대는
아자. 사람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동물이지만 아자에겐 정말 특별한 감정이 있는 듯 보인다.
하염없이 민석 씨의 손과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꼬리를 치는 아자.
민석 씨의 눈에서도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민석 씨의 어머니와 누나도 아자를
쓰다듬으며 눈물이 흐르는 것을 감추지 못한다.
"그대로네요. 아자가 절 알아보나 봐요. 평소에 저와 앉아 있을 때 이렇게 제 무릎에 얼굴을 올려놓고 앉아 있었거든요. 이 평평한
머리와 목덜미와 귀... 정말 아자 맞군요. 너무 반가워요."최민석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평소 눈물을 잘 보이지 않고 의젓한
모습이었다며, 아자를 만난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우면 저렇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겠냐며 하염없이 아들의 손을 잡고 아자를
쓰다듬는다. 온 식구가 아자와의 상봉을 마음껏 즐겼다. 최민석 씨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표창 받은 '21세기 우수인재상'의 부상인
황금 메달을 아자의 목에 걸어 준다. “아자야, 이 메달 대통령 아저씨한테 받았어. 네가 아니었으면 난 이걸 받지 못했을거야. 그리고 나 서울대에 입학했단다. 아자 너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공부하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해낼 수 있었겠니…” 최민석 씨가 아자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네자, 아자는 정말 모두 알아듣는 듯한 얼굴로 민석 씨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신희봉 씨 가족과 최민석 씨 가족은 아자를 두고 다정하게 한 가족처럼 정담을 나누었다. 아자는 그 사이에서 평화로운 얼굴로 민석 씨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앉아 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일흔이 넘은 아자는 다행히 건강상 별 문제는 없다고. 신희봉 씨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평생 안내견으로 재롱을 부리거나 응석을 부릴 수 없었던 아자는 은퇴 후 모처럼 산책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보통 개'의 일상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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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가 제게 준 것은 변하지 않는 믿음과 사랑이었어요. 저 혼자 보이지 않는
이 세계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막막함을 아자와 함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아자가
아니었다면 제 세계는 훨씬 좁고 답답했을 거예요. 아자는 저에게 단지 안내견이
아니라 제 삶을 함께 개척해 나간 최고의 동반자였던 거죠. 지금도 여전히 저는
아자를 제 인생의 친구로 생각한답니다.”
아자와의 짧기만 한 해후가 끝나고 아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최민석 씨는 밝게
웃었다. 아자 역시 말은 못하지만 민석 씨를 '평생의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의지하고 기대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것, 그 소중한 인연의 기억이 힘이 되어 최민석 씨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일들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최민석 씨가 아자를 통해 배운 것은 바로
스스로를 믿고 세상을 믿는 '신뢰'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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